2007/10/27 13:37
옆집 사장님 홈페이지
엊그제, 메신저로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는 사람이 '옆집 사장님네 홈페이지 구축'하는 일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대강 html 페이지 만들고 게시판 하나 달아주면 끝나는 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사장님의 요구사항은 점점 늘어나 게시판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장님의 요구사항과 ftp 계정이 들어있는 그림파일 한 장을 받았는데, 그냥 게시판에 옥션 같은데서 볼 수 있는 질문/대답 표시기능 같은걸 넣어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맡은 사람은 게시판을 설치하고 페이지를 만들 줄은 알았지만, 코드를 수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딱 잘라 거절한 다음, '아직도 이런걸 옆집 고학생에게 부탁하는 병신 사장님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장님, 예전엔 썩어났습니다. 홈페이지같은건 그냥 아무에게나 말해도 만들 수 있고, 게시판 같은거 아무데나 굴러다니니까 그냥 갖다 붙이면 사장님 점심값 좀 아끼면 홈페이지같은거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거 소개 페이지좀 만들고, 게시판 하나 달아줘'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 뭐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이것도 좀 달아줘' 라든지, '저것도 좀 달아줘'라는 등, 밥값 좀 아껴 만든 페이지의 사후관리까지 무료로 담당하도록 만들어 불쌍한 고학생들의 등골을 빼먹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페이지는 '당연히' 없는 요구사항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지만 꼬박꼬박 나가는 계정비를 감당하느니 그걸로 점심값을 하는게 낫겠다는 사장님의 판단에 버려지거나, 아니면 불쌍한 고학생의 등골을 뽑아 무료 사이트 개보수를 시키거나, 아니면 제대로 눈이 뜨인 그나마 제정신인 사장님은 제대로 된 제작업체에 문의를 하기 시작합니다. 맨 마지막 경우를 빼면 전부 지옥 같은 엔딩입니다. 사장님의 요구사항은 끝나지 않지만, 계약과 비용 지불은 '어 이거좀 만들어줘' 하는 순간에 이미 끝났거든요.
설마 요즘에도 그런 사장님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해보니 아직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겉보기에는 '대충 빨리 만들어주고 빠지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옆집 사장님'의 끈질김은 페이지를 만들며 들어간 전기세가 지불된 돈과 같아지는 순간까지 계속될겁니다. 그쯤 되니까 그따위 마인드로 사장님쯤 해먹는 거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사장님의 없는 마인드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불쌍한 고학생들의 '대충 만들고 빠지지 뭐'라는 마인드도 한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의 '없는 요구사항'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밥값 몇 푼 준다고 일을 덥썩 맡아버리는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앞뒤 볼 줄 모르는 '옆집 사장님'의 지칠 줄 모르는 '없는 요구사항'에 헛된 시간과 정력 날리기를 계속하게 될 겁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