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IT 업계의 양대 스티브 중 한명인 스티브 발머가 구글에 대해 남긴 말 중에, 구글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말은 그가 남긴 소위 '막말'의 하나로 분류되어 '스티브 발머 어록'같은 형태로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경쟁 기업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건 그렇다 치지만, 공개될만한 장소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썩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가 경쟁사의 팬들로부터 파이를 얼굴에 맞지 않은게 신기하죠. 그건 그렇고,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검색으로 돈 좀 벌고 있는 회사들이 껍데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벌이는 갖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왜 검색 회사를 '껍데기'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스스로 가진 컨텐츠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컨텐츠의 의미는 점점 확대되어 이제는 서비스 자체를 컨텐츠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서비스와 컨텐츠를 나눠놓고 생각한다면 '컨텐츠' 쪽이 좀 더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색 회사들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웹에 흩어져 있는 '컨텐츠'를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 없이는 컨텐츠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본질적으로 검색 회사는 서비스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컨텐츠에 의해 간단히 휘둘립니다. 컨텐츠가 없으면 검색 서비스는 간단히 '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검색 회사들은 스스로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 자기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상의 것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열라 끝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내놓고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구글'에 소속된 컨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합니다. '무료 메일'이란 수식어를 빼도 끝내주는 지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 닥스, 피카사 등등. 랩스 페이지에 가면 수십 가지의 서비스들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단지 '옆에 뜨는 광고'를 쳐다봐 주는 것 외에, 구글이 스스로 껍데기 뿐인 서비스 외에, '구글 소속'의 컨텐츠를 만들도록 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끝내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 사람들이 쌓은 컨텐츠는 구글이 더이상 '서비스'만 가진 껍데기 만으로 남지 않도록 할 겁니다.

이 문제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검색 회사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같은 회사입니다. 네이버 역시 스스로 검색만 가지고는 '껍데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네이버 역시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대신, 네이버는 옆에 광고를 보여주기보다 서비스를 사용하며 유저들이 남긴 컨텐츠를 직접적으로 검색에 활용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메일, 오피스, 동영상 등 컨텐츠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서비스들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네이버 소속'의 컨텐츠를 만듭니다.

또, 네이버는 직접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유저들이 자주 찾는 웬만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 업체와 계약을 맺어 검색 회사에서 직접 제공해버립니다.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가 서비스와 컨텐츠를 맞바꾸는 거라고 한다면, 이 경우는 컨텐츠를 직접 보유해 버리는 식입니다. 외부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컨텐츠 제공 자체가 휘둘리지 않을 뿐 아니라, 웬만한 데이터베이스는 아주 잘 관리되어 검색 결과에 나타나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티브 발머의 '껍데기'란 말은 검색 회사의 팬들에겐 꽤 자존심 상하는 말이겠지만, 그의 말은 정곡을 잘 찔렀다고 생각합니다. 검색 회사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고 있고, 그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편리하게 서비스들을 사용하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2007/10/28 15:41 2007/10/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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