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와 글러브

디아블로 3의 플레이 동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동영상이 공개되었다고 해서 발매 연기의 명가인 블리자드에서 금새 게임을 출시할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기 때문에, 한동안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잠깐이나마 구경한 디아블로 3의 동영상은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전작을 워낙 신나게 한 덕분에 이 동영상이 좀 구렸더라고 사긴 했겠지만, 그동안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면서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고민한 흔적들이 '이 게임은 꼭 해야겠다'란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diablo3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체력을 회복하는 새로운 아이템입니다. 그동안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물약 뿐이었습니다. 이 물약은 적을 쓰러뜨린 다음에도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마을에서 구입해 들고 가야 했습니다. 꼭 디아블로가 아니더라도 이런 형태의 웬만한 게임들은 물약을 인벤 가득 싸들고 다녀야 하지요.

이렇게 물약을 남용하게 만들면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 밸런스를 조절하기가 난감해집니다. 웬만큼 강해진 다음에 상대할 수 있도록 고안한 보스 몬스터를 물약 연타로 비교적 저랩 때 잡아버릴 수 있게 됩니다. 저랩 캐릭터가 고랩 보스를 잡았으니 경험치를 한방에 먹고 여러 레벨을 건너뛸 수 있게 됩니다. 여러 레벨을 건너뛴 캐릭터는 미리 고안해 놓은 성장 단계별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이나 퀘스트를 얻지 못하게 되어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게임의 중간 컨텐츠를 접하지 못해 쉽게 게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종 경험치를 분배하는 복잡한 공식을 고안하기도 하고, 물약을 먹는 행위 자체에 제한을 두기도 합니다. 물약에 쿨타임을 두어 연속으로 물약을 먹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일정 비율 이상을 연속으로 회복하면 더 이상 물약이 듣지 않거나, 다른 패널티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의 문제는 플레이어의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물약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순간 게임을 그만두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몬스터의 스킬 구성을 물약에 의존적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고안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개발자보다 영리한 탓에 웬만큼 똑똑하지 않고서는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디아블로 3에서 맨 처음 보여준 새로운 시스템 요소는,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글러브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다 보면 글러브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클릭하면 즉시 체력을 회복합니다. 체력을 회복하는 역할은 물약이랑 똑같지만, 누르면 즉시 사용되고 쿨타임에 신경쓸 필요가 없으며, 소지할 수 없어 맵의 일정 반경 이상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즉, 억지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밸런싱을 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됩니다.

전작에서는 몬스터를 잡으면 종종 물약을 떨궜는데, 이 물약은 인벤에 담아 언제까지나 들고다닐 수 있었습니다. 물약을 자주 떨구자니 난이도에 문제가 생기고, 언 떨구자니 플레이를 방해하게 됩니다. 이런 게임에서는 최대한 게임 오버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죽기 직전의 긴장감'은 게임의 훌륭한 요소이지만, '정말로 죽어버리면' 게임 할 맛이 떨어집니다. 물약을 자꾸 떨궈주면 플레이를 지속시킬 수는 있겠지만, 난이도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글러브는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이 플레이를 관찰하다가 플레이가 끊길만한 시점에 글러브를 떨궈주기만 하면 됩니다. 즉시 체력이 회복되어 게임을 계속할 수 있지만, 가져갈 수 없어 이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또, 한 지역에 나타나는 수량을 조정하면 쿨타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개발자는 레벨을 적당히 구성한 다음, 글러브를 떨구는 시점을 조절하는 것으로 밸런스의 상당 부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올 때까지 더 자세한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새로 도입된 글러브는 참 흥미롭습니다. :)

2008/06/30 00:27 2008/06/3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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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고어핀드의 망상천국 2008/07/01 15:29x
    제목 : 디아블로3 짤막 감상

    1.지루함과의 싸움. 솔직히 말해서, 딱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2.<디아블로> 가 개척한 액션 RPG라는 장르는 틀림없이 간편한 플레이1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게임을 쉽게 마스터해버린 게이머가 금방 싫증을 낼 가능성도 내포한다. 당연히 게임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이렇게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디아블로3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디아블...

답글

  • miriya | 2008/06/30 09:32 | 답글 | 수정

    ㅎㅎ 이 게임 소식 나올때부터 밀피유님 포스팅 기다리고있었습니다.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6/30 20:53 | 답글 | 수정

    기대하는 사람이 많긴 많은가봐요. :)

  • OpenID Logopolarnara | 2008/06/30 15:57 | 답글 | 수정

    말씀하신 포션으로 인한 밸런스 문제도 있고, 직업군 간의 밸런스 문제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디아블로2의 직업 밸런스는 많이 망가져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직업이 또 추가되니까요.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6/30 20:55 | 답글 | 수정

    직업간, 종족간 밸런스는 대대로 몇년씩 걸려 맞춰 왔으니, 이번에도 초반에 맞춰서 시작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다른 게임과 다른 점이라면 밸런스를 잡는 몇년 동안 게임이 살아있느냐, 마느냐랄까요.

  • 그럭저럭 | 2008/06/30 19:00 | 답글 | 수정

    역시 밀피유님은 게임을 보시면 밸런스 먼저 생각하시는군요(...)
    글러브가 어느정도까지 밸런스는 맞춰지겠지만 이것역시 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저건 과연 언제쯤 나올까요(...)
    잊혀질만 하면 나올듯 한데..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6/30 20:55 | 답글 | 수정

    동영상을 보니 관심이 가는게 그런거네요 ㅜ_ㅜ

  • 최재영 | 2008/07/01 02:10 | 답글 | 수정

    'year' 단위로 Q.A를 하려면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가능할까. 당연히 회사에 쌓인 돈이 많고 적고의 여부 이외의 것들 중에...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01 20:51 | 답글 | 수정

    분명 많은 시간을 들여 최종 작업을 하는건 틀림 없지만, 그걸 QA의 범주로 두지 않는게 아닐까. 지금 회사에서 하는 'QA'라는 개념은 보통 일단 다 만든 다음에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보는거잖아. 근데, 그걸 'QA'라고 하지 말고, 그냥 제작과정의 일부로 생각하면 어떨까. '아직 월드스톤채임버의 난이도가 부적당해 미완성입니다.'라는 말이 경영진에 받아들여진다든지, 일정 수립에 반영된다든지 하는 환경이나 마인드라면 꼭 'QA'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들여 '겉보기엔 다 만들어진' 게임을 '완성'시키는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어.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인데, 'QA'를 'QA'가 아니라, 그냥 '개발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게임의 완성 조건'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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