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기회

사실, 조중동이 함께 다음에 기사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 '다음도 꽤나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수구 꼴통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어 매일매일 골치아플텐데, 이번에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뉴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세 종이쓰레기제작소가 함께 기사 제공 중단을 통보해 버렸으니까요. 뉴스 컨텐츠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입장에서는 상당히 골치아픈 일일 겁니다. 그 컨텐츠 제공자가 설사 종이쓰레기제작소 삼형제라고 해도 말이지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뉴스 컨텐츠 제공자의 위상은 그동안 많이 변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만큼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이전에야 물론 뉴스 컨텐츠를 만드는 것과, 이를 배포하는 것을 한 회사에서 처리했습니다. 물론 배포 시스템은 '한 회사'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조그만 '지국' 형태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 컨텐츠를 만드는 언론사는 배포에 대한 권한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뉴스 컨텐츠를 인터넷에서 배포하는 일은 포탈 사이트가 담당했고, 언론사는 포탈 사이트의 컨텐츠 제공자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포탈을 언론으로 봐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어내 포탈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흔들기를 계속해 왔습니다. 저작권을 문제 삼아 개인의 링크를 금지하는 짓거리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저 위에 뉴스 사이트 링크 대신 검색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포탈 사이트의 뉴스 컨텐츠 배포에 대한 권한은 점점 커졌고, 오늘날에 이르렀으며, 지금의 미디어다음 같은 중대한 도전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포탈에 서비스되는 뉴스 컨텐츠들은 마치 대형 할인마트의 바로 옆 칸에 진열되어 있는 경쟁사 제품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할인마트 밖에서는 서로 자사 전용 매장을 꾸미가 서로 마주칠 일 없이 지내지만, 마트 안으로 들어오면 서로 코앞에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경쟁이 힘들고 아니꼬와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그만두는 순간 경쟁사가 할인마트를 지배해 버릴 테니까요. 종이쓰레기제작소 삼형제가 미디어다음에 기사 제공을 중단한 것은 마치 이마트에서 삼성전자가 제품 전체를 철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결코 선호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마트에 진열되어 있으니까 다른 수많은 제품들과 함께 의사결정의 대상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종이쓰레기제작소 삼형제의 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다음에 방문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종이쓰레기제작소 삼형제의 기사를 보기 위해 미디어다음에 방문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단지 '뉴스'를 읽고 싶을 뿐이고, 그것들이 사실에 근거하며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게 종이쓰레기제작소에서 만든 기사이건, 한겨레나 경향,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서 만든 것이건 별 관심 없습니다.

분명 단기적으로는 컨텐츠가 줄어들었으니 꽤 골치아플 법도 합니다만, 그 여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이 사건은 기존 종이쓰레기제작소가 현대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통 환경에 적응하느냐, 적응하지 못하느냐와, 그동안 역할과 위상에 수많은 의문과 도전을 받아 온 포탈의 뉴스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될 텐데, 당연하지만 이마트에서 삼성전자가 철수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갑자기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하이마트로 달려가는 일이 일어날 리가 없듯, 종이쓰레기제작소 삼형제의 뉴스 제공자로 위상도 상상하는 대로 될 겁니다.

아, 그건 그렇고, 다음에서 삭제될 위기에 처한 조중동 광고리스트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글 몇개 삭제하고 나면 몇 명의 즐겨찾기 안에 이 주소가 기록될까요. 신나게 고민해봅시다. :)

그리고, 뉴스는 웬만하면 미디어다음에서 읽자고 적어놓으면 이건 기업의 정당한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까요, 안될까요. :(

2008/07/03 01:32 2008/07/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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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stadia's me2DAY 2008/07/03 11:13x
    제목 : 백일몽의 생각

    세 종이쓰레기제작소 맘에 드는 이름인데요. 쓰레기를 줄여도 시원찮은데 쓰레기를 제작하다니 참으로 민망해요

답글

  • 그럭저럭 | 2008/07/06 23:07 | 답글 | 수정

    덕분에 전 시작페이지를 다음으로 바꿨습니다.
    오히려 다음에겐 이익이 될거라 생각하는건 저뿐인가요?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35 | 답글 | 수정

    저도 그러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그리 녹녹치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 jhiro | 2008/07/08 20:34 | 답글 | 수정

    음.. 좋은글이고 좋은 내용이다만 맞춤법이 틀린게 보인다.
    조중동(x) >> 좃중동(o)이다.

  • 답글: OpenID LogoMilfy | 2008/07/10 11:35 | 답글 | 수정

    글 도중에 사용한 단어가 아니니까 걍 넘어가야지 :)

답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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