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6 02:27
게임 기획자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일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왜 시작되었고,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고 있지만, 가끔 지금 하는 일이 개발에 도움이 되긴 되는 건지, 혹은 팀에 도움이 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저는 '기획자'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회사 옆 편의점에서 쵸코우유를 하나 사들고 들어가 모니터가 밝아지는 동안 단숨에 우유를 마셔버리고는 태스크바에 처박혀 있는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실은 아웃룩과 원노트를 끄집어내면서 브라우저 하나를 실행하는데, 셋 중에 가장 먼저 뜨는 프로그램을 먼저 쳐다봅니다. 보통은 브라우저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걸로 포탈 사이트의 뉴스를 보며 삼십분쯤 허송세월을 보냅니다.
오후에는 문서를 만들거나, 문서에 들어갈 그림이나 표 같은 것들을 만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보통은 이걸 '기획서'라고 하는 모양인데, 저는 이 문서들이 '기획서'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문서들은 일종의 작업 설명서 같은 것들입니다.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적혀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획서'라는 것들은 제가 만들고 있는 문서보다는 좀 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제가 만드는 '작업 설명서'입니다.
그렇게 문서를 만들다 보면, '개발팀에 과연 기획자는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개발의 '디렉팅'은 분명 그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담당해야 합니다. '우리 게임에 카메라가 가끔 1인칭으로 전환되어도 상관 없나?' 같은 질문은 디렉터가 아니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보조기획자가 하는 일은 사실, 꼭 '기획자'가 아니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양을 갖춘 프로그래머나, 리소스 제작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조기획자가 문서화나 정의 같은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새 수년째 같은 일을 하면서 아직도 기획자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분명 이상하지만, 아직 '게임 기획자'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식인에 한번 물어봤는데, 여기도 제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진짜 역할이 뭔지 답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네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