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8 20:36
가치 부정
우리들은 컨텐츠의 가치를 아직도 부정하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연휴 전에 웹에 널려 있는 여러 가지 텍스트를 읽다가 피씨방 업주가 게임 회사에 이용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답글을 다는 많은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받지 말아야 할 이용 요금을 받는 게임 회사를 성토하고 있었습니다. 논리는 간단한데, 집에서 개인이 무료로 접속할 수 있고, 개인이 요금을 지불하고 싶으면 간단히 요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에 피씨방에서도 개인이 요금을 부담하고, 피씨방은 네트워크 회선 요금만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씨방에서 내는 돈이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저 조차도 '어 진짜 그런가?' 하고 넘어갈 뻔 하다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한가득 답글을 남기는모습을 보며 정말 사람들은 컨텐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 시장을 박살 낸 도서 대여점이 성행할 때도 사람들은 도서 대여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돈 내고 책 빌려 보고 다시 갖다 주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논리였고, 사실 별 문제 없습니다. 다만 개인이 낸 그 돈이 출판사와 저자에게 가느냐, 아니면 엉뚱한 도서 대여점 주인에게 가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일 뿐입니다. 피씨방도 마찬가지인데, 피씨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낸 돈이 게임 회사로 가느냐, 아니면 피씨방 주인에게 가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게임을 상자에 넣어 팔던 시대에는 양말 상자에 담긴 시디 한 장의 가치를 부정 당하는 시대에서 시장이 박살나는 것을 구경하면서 회사들은 꽤 독하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하게 요금을 징수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덕분에 엔터테인먼트의 유료 결제 체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수년은 앞서가게 되었습니다. 회사들이 돈을 꽤 버는 것이 배알이 꼬이겠지만, 그 돈은 게임을 상자에 넣어 팔던 시대부터 당연히 벌어야 했던 돈입니다.
독하게 요금을 내도록 만든 지도 꽤 지났고,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업데이트 하거나, 노래방 기계에 신곡을 추가하는데 내는 돈이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DVD로도 살 수 있는 영화를 틀어주며 돈을 버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기꺼이 돈을 내게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는데 왜 피씨방이 회사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회사의 고민거리에는 독하게 요금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유저를 덜 거슬리게 할까에 대한 것도 들어 있습니다. 인식의 개선이 먼저일지, 아니면 덜 거슬리게 만드는 것이 먼저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