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8 12:44
스마트폰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것
밤중에 핸드폰으로 트위터에 쓴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지금의 관점에서 제대로 된 용도를 찾으려면 해상도가 640 x 480은 되고 화면 크기가 적어도 9인치가 되어야 할 겁니다. 하드웨어는 이미 십 수년 전에 윈도우 95와 오피스 95를 구동하던 PC를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윈도우 95를 돌리던 PC는 펜티엄 75MHz에 램이 8메가였는데요, 지금 쓰는 핸드폰은 CPU가 624MHz나 되고 메모리는 1기가도 넘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 윈도우 95와 오피스 95에서 할 수 있는 일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입출력 수단이 너무 불편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웬만한 스마트폰이 데스크탑에서 하는 작업을 대신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윈도우 CE에서부터 시작된 윈도우 모바일의 모든 버전에는 언제나 어김 없이 포켓 오피스가 들어갔습니다. 포켓 엑셀, 포켓 워드, 포켓 파워포인트. 지금 쓰는 스마트폰에도 이들과 비슷한 To Go 시리즈가 깔려있습니다. 각각 데스크탑의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에 대응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과 이미 구형 데스크탑을 뛰어 넘은 사양으로 지금까지 만족스럽게 데스크탑에서 하던 작업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포켓 오피스 같은 데스크탑을 대신한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경험상 이 프로그램들을 만족스럽게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프로그램이 다들 필요한 기능이 없었습니다. 입출력이 불편한 것 이외에도 전에도 이야기했던 잡스형 식 표현으로 ‘절름발이’ 수준 밖에 안 됐습니다. 그냥 ‘스마트폰에서 엑셀도 돌아간다’고 말할 상징적인 수준일 뿐 10년 전에 사용하던 PDA에서 발전한 것은 고작 오피스 상위 버전 파일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PDA는 애초에 입출력 장치가 데스크탑과는 다르기 때문에 데스크탑에서 해야 하는 작업을 따라 하는 수준으로는 언제까지나 ‘따라 하는 수준’이나 ‘절름발이’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명함 크기밖에 안 되는 디스플레이에서 오피스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PDA나 스마트폰 같은 기계는 분명히 데스크탑과는 다른 입출력 방식이 있고, 여기에 맞는 스마트폰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을 찾아야 합니다. 데스크탑에서도 할 수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작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안에서 거대한 맥북으로 여행 정보를 읽는 것도 나름 뽀대 나지만 스마트폰으로 하는 쪽이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스마프톤에 달린 카메라로 바코드를 읽는 가계부 같은 것도 데스크탑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더 잘 할테고, 네비게이션 기능도 스마트폰이 훨씬 더 잘할 겁니다. 또 SNS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면 데스크탑으로 하는 것보다 더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겠지요. 이렇게 스마트폰이 더 잘할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데스크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흉내내서는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지난 10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발전과 혁신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줄이면 스마트폰은 데스크탑에서 하는 일을 흉내 내서는 안됩니다. 스마트폰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마트폰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