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 검색된 포스트 '11'건
- 2008/09/28 한니발 라이징
- 2008/09/28 간단한 스토리지 가상화
- 2008/09/24 안녕 파란~ (3)
- 2008/09/22 UT: Onslaught (1)
- 2008/09/22 사진 집게와 사진의 의미
살인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면 정신 상태 어느 한 구석이 뒤틀려도 심각하게 뒤틀려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살인자가 있습니다. 가상의 인물인 한니발 렉터입니다. 역사와 문화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고, 언제나 살인에 일정한 동기가 있습니다. 이 일정한 동기야말로 나중에 클라리스 스탈링이 렉타 박사를 추적하는 열쇠가 되지만, 영화 안에서나마 그의 살인을 정당화 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렉타 박사의 살인이 소설과 영화 안에서나마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저 살해 대상이 된 사람의 숨통을 잔인하게 끊어 놓기 때문 만은 아닐 겁니다. 그가 존경하는 것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들 중에 살해 대상을 고르고, 그가 이해하는 역사와 문화적 지식을 빌어 살해 과정을 계획합니다.
한니발 라이징은 렉터 박사나, '양들의 침묵'으로부터 시작된 '한니발 트릴로지'에 대한 모독입니다. 한니발 라이징에서 비록 한니발이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살인의 어느 한 순간에도 한니발 렉터에게 기대한 당위성이나 아름다움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아래 그림의 한니발 렉터의 직업적 지위를 이용한 한 가지의 살인 장면이 그나마 한니발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한 수준입니다. 그 외에는 한니발 렉터의 살인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단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 스릴러물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니발 렉터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은 잘 하면 한니발 라이징의 살인 장면들이 아름답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 과정도 시대 설정 상 상당히 뜬금 없는 레이디 무라사키의 등장으로 뭉개집니다. 소설 한니발에서 한니발 렉터가 감옥 안에서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을 읽었다면 이런 뜬금 없는 캐릭터가 한니발 렉터의 '라이징' 과정에 등장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 트릴로지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니발'이란 타이틀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영화입니다.
지금 제가 '간단한 스토리지 가상화'라고 이야기할 내용이 정말 '스토리지 가상화'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검색을 좀 해봤는데, 난장판이었습니다.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어이 없는 내용이 스토리지 가상화의 정의로 올라와 있기도 하고, 스토리지 가상화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홈페이지에서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개념과 뭘 하는지 알기 어려운 제품 소개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스토리지 가상화와 관련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스토리지의 소스가 뭐건 간에 드라이브로 똑같이 마운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토리지 소스는 실제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일 수도 있고, USB 케이블이나 sSATA 케이블에 물린 외장 드라이브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랜선에 물린 NDAS나 아예 다른 네트워크에 있는 FTP 서버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접근하는 방법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일부는 드라이브로 마운트 되고, 일부는 이동식 디스크로 마운트 되며, 또 일부는 아예 다른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써야 합니다.
프로그램에 따라 각기 다른 스토리지를 사용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백업 프로그램인 노턴 세이브 앤 리스토어는 백업 목적지에 네트워크 드라이브나 이동식 디스크를 지정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드라이브를 백업하려는데 컴퓨터 케이스 안에 붙어있는 디스크만 백업 목적지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웃긴 일입니다. 물론 USB 케이블 같은 걸로 연결된 외장 하드디스크에 연결하면 되긴 하지만, 네트워크 드라이브나 이동식 디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꽤 아쉬운 일입니다.
집과 회사 양쪽 모두에서 개인 자료 관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Visual SVN은 리파지토리에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보안 문제 때문에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상당히 귀찮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지 소스가 뭐든지 간에 케이스 안에 직접 물린 디스크처럼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봤는데,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USB 메모리 안에 데이터를 넣어 다닐 때 주로 사용하던 TrueCrypt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원래 TrueCrypt는 드라이브를 암호화하거나, 암호화 된 가상 드라이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프로그램인데, 스토리지 소스가 뭐든지 간에 일단 마운트 하고 나면 실제 드라이브와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물린 드라이브를 기피하는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드라이브에 TrueCrypt로 볼륨을 하나 만들고, 이 안에 svn 리파지토리를 넣으면 실제 볼륨을 저장한 파일이 네트워크 드라이브에 있어도 svn은 별 군말 없이 돌아갑니다. 원래 네트워크 드라이브에 svn 리파지토리를 넣을 수 없는 이유가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보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백업 프로그램도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임시 방편일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여러 스토리지 소스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마운트 해서 스토리지 소스는 완전히 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겠지만 지금 당장 간단히 사용하기에는 적당한 방법입니다. :)
어제 오후에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보통 뻘 전화 통화 내용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어째서인지 전화 통화 내용이 생생히 기억나는 관계로, 일단 다른 말 하기 전에 전화 통화 내용을 재현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우.진 고객님. 저는 파란 마케팅 어쩌구 TM ㅇㅇㅇ 입니다. 아이디 n.e.o.o.c.e.a.n 사용하시고 계신 것 맞으신지요.
아, 네. ;
네. 고객님께서 요즘 저희 파란닷컴 이용이 뜸하셔서 앞으로 파란닷컴에 많은 이용 부탁 드리고자 이천원 상당의 쿠폰과 파란닷컴에서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에 가입해 드리려고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아, 지금 업무 중이라 전화를 받기가 좀 그런데요.
아니, 이제 다 끝났습니다. 김우진 고객님의 성함과 주민등록번호를 동양생명에 전달해 파란닷컴에서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상품에 무료로 가입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괜찮으신지요.
네? 무슨 보험요?
아아. 김우진님께서는 아무런 부담이 없으시고요, 모든 보험료는 파란닷컴에서 부담하는 여행자 보험 상품입니다. 김우진님께서 여행을 가시거나 할 때 ...
관심 없는데요.
파란닷컴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
뚝
이 전화는 그러니까, 파란닷컴 판촉을 위한 전화를 가장한 보험상품 판매 전화인 셈인데, 왜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과정은 말을 아주 빠르게, 발음을 뭉게서, 다른 말에 스쳐서 이야기하면서 끝에 동의를 구하는 표현만 크게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덕분에 기분이 아주 아주 나빠졌습니다. 파란닷컴 뿐 아니라 동양생명인가 뭔가 하는 곳에도 인식이 아주 나빠졌습니다.
그냥 아무 일도 안 했으면 그런데 가입한 것도 잊고 가입자 한 명 정도를 유지해줄 수 있었을텐데, 굳이 전화를 걸어 속을 긁는 아무 쓸모 없는 사이트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왜 가입했는지, 무슨 서비스가 있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회원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가지고 장난하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짤없이 탈퇴해줬습니다.
안녕 파란. 뭐 하는 사이트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여튼 잘 먹고 잘 살아.
온슬랏 - Onslaught - 모드는 UT 2004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대충 데스매치나 팀 데스매치, CTF 정도가 일반적으로 FPS에서 많이 플레이 되던 모드였는데, 다른 게임의 웬만한 모드는 이 세 가지 모드를 발전시킨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에 온슬랏 모드는 꽤 새로울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 감명을 받았습니다. 온슬랏 모드의 룰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온슬랏 모드가 기존 땅따먹기식 모드와 비교해 재미있는 점은 교전이 일어날 장소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팀 끼리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종종 초보자들은 맵의 어느 부분에서 교전이 일어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교전지역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스나이핑을 당해 죽기도 하고, 우리 편 점수는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정작 자신은 적을 못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전 지역을 하나나 둘 정도로 축소한 맵을 초보자를 위해 제공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온슬랏 모드는 양 팀의 시작 지점에 파워 코어가 있고, 그 사이를 여러 개의 파워 노드가 연결하고 있는 특성 상 맵이 넓어야 하는데, 덕분에 교전지역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온슬랏 모드에서는 언제나 파워 노드가 인접한 지역에서 주 교전이 일어납니다. 우리 팀의 파워 노드를 빼앗겼다면, 미니맵을 보고 다음 번에 적들이 어느 파워 노드를 노릴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파워 노드를 연결해야 하는 구조 상 적들도 이 짐작 대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양 팀의 파워 노드가 인접한 지역에서 대부분의 교전이 일어납니다.
온슬랏 모드는 자칫 초보자들이 넓은 맵에서 교전 지역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 주고,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다음 교전 지역을 정교하게 예측하고 빨리 달려갈 방법을 고민하게 만들어 양쪽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모드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방안 어딘가에 빨래줄 처럼 줄을 이어 놓고, 집게로 사진을 널어둔 모습이 나옵니다. 원래는 인화한 사진을 넣어 놓을 용도였을 것 같은데, 요즈음에는 인화한 사진이든 아니든 사진을 장식할 용도로 널어 놓는 모양입니다. 사진을 꼭 엘범이나 액자에 넣어 놓지 않고 적당히 무방비 상태로 넣어 놓는 것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사진을 바꿔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겠네요.
팬시점에서 이런 줄과 집게를 판매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제품이 있지만 모두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집게가 생각보다 약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인데, 제품이 구려서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사진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철제 집게로 사진을 물면 몇 시간만 지나도 사진이 구겨질 테지만, 이 나무 집게로 사진을 물어 두면 웬만큼 시간이 지나도 사진이 구겨지지 않습니다. 물론, 나무와 계속 닿아 있기 때문에 표면에 손상이 가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런데, 이 제품을 구입하려다가 생각해보니 별로 사진에 가해질 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들이고, 이 사진들은 여러 장소에 백업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프린터로 찍어내면 똑같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이유는 사진이 그것 한 장 밖에 없기 때문인데, 언제부터인가 사진은 더 이상 단 한 장 밖에 없는 그런 미디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언제든지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조금 고민하다가 그럴싸한 삼줄과 나무 집게를 묶어 파는 제품을 내려놓고 돌아섰습니다. 그냥 빨래줄에, 사진이 조금쯤 구겨져도 괜찮으니 그냥 사무용 철제 집게로 매달아둘 작정입니다. 사진이 조금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놔두고, 영 구겨짐이 심하면 한 장 다시 뽑아서 걸어 두면 되니까요. 사진의 의미가 상당히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